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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열전, 포트리스에서 아이온까지

DreamCast 2010. 3. 29. 23:45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국산 온라인 게임이 등장했지만 선택 받은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패 여부에 관계 없이 그들 모두가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10년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 게임샷은 창간 10주년을 맞이하여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국산 온라인 게임을 살펴 볼 예정이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왜 '창세기전', '콜오브듀티', '파이널 판타지' 같은 인기작이 없느냐'는 댓글은 참아주시기 바란다. 이 글은 '게임샷 10년,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10년'이란 주제로 국내에 서비스 된 국산 온라인 게임만 열거했으니 말이다.

 

 

2000년 - 혜성처럼 등장한 포트리스 2

 

2000년에 주목할 국산 온라인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 게임보다는 PC 패키지 게임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세기전 3 파트 2'나 '악튜러스' 같은 게임이 이 해에 발매되어 관심을 모았고, 온라인 게임은 '리니지', '바람의 나라', '울티마 온라인'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포트리스 2'는 많은 게이머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10대 청소년으로 한정돼 있던 온라인 게임 시장에 '여성'과 '중장년층'을 끌어들이며 국내 최초로 캐주얼 게임의 전성 시대를 열었다.

 

게임 방식은 간단했다. 탱크의 주포 각도를 조절해서 상대방을 맞추는 것이 핵심. 때문에 외국 게임 '스코치'를 표절했다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이런 쉬운 접근성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그 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PC방 유료화 과정에서 개발사와 PC방 단체 간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 있으니 바로 소프트맥스의 '포리프'(4LEAF)이다. 패키지 게임 명가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던 포리프는 게임이라기보다는 유저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었다. 포리프는 아바타와 채팅 기능에 이후 발매된 온라인 게임 '테일즈위버'와의 연동으로 인기를 누렸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지속 시간이 짧았다는 점이다.

 

한편 넥슨의 '텍티컬 커맨더스'는 해외 유명 게임 수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으나, 높은 게임성에 비해 인기는 저조하여 얼마가지 않아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포리프]

 

2001년 - 신데렐라 뮤 온라인의 등장

 

2001년 가장 주목할 게임은 웹젠의 '뮤 온라인'이다. 리니지와 디아블로 2가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시절, 뮤 온라인의 등장으로 국내 온라인 게임 업계는 재편됐다. 뮤 온라인은 온라인 게임 시장에 본격적인 3D 시대를 열며 이후 국내 온라인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고, 폭발적인 인기로 인해 웹젠은 당시 엔씨소프트와 함께 양대 게임회사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뮤 온라인을 리니지와 함께 한국 온라인 게임을 일으키고 부흥시킨 주역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 역시 당시 화제의 게임이었다. 청소년과 성인층이 주로 즐기던 온라인 게임을 어린이로까지 넓이는 단초가 됐던 것. 특히 이 게임은 한국에서 30만, 중국에서 70만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하며 기네스북에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 2'가 등장한 해가 2001년이었다. 이 게임은 다음 해 중국으로 건너가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미지의 개척지였던 중국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2002년 - 월드컵만큼이나 뜨거웠던 게임 시장

 

뮤 온라인의 대히트로 게임 시장의 가능성이 확인되자 대규모 자금이 유입, 게임 개수가 크게 증가한 해가 2002년이었다. 패키지 게임 개발사였던 '그라비티'가 선보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기존의 MMORPG와 달리 밝은 색감과 귀여운 몬스터들로 이 장르에 관심이 없었던 게이머들을 끌어들였고, 그 인기는 해외에서도 계속되어 게임 왕국 일본과 동남아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게임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덕분에 그라비티는 국내 게임 업체 중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액토즈소프트에서 개발한 'A3' 역시 빠질 수 없는 게임이다. 성인 RPG를 표방한 A3는 화끈한 액션성과 영화를 연상시키는듯 한 마케팅 기법으로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게다가 세계 최초로 게임 내에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게임 중독 예방 사례의 표본이 되기도 했다.

 

바른손게임즈(당시 나코인터렉티브)의 '라그하임'과 게임하이(당시 트라이글로우 픽쳐스)의 '프리스톤테일'은 뮤 온라인의 뒤를 이어 3D MMORPG의 신시대를 열어갔고, 조이온에서 개발한 '거상'은 MMORPG 최초로 부분유료화 방식의 과금을 채택,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영향으로 인해 이후에 나온 MMORPG의 상당수가 월정액 과금보다는 부분유료 방식의 상용화를 택하게 된다.

 

한편 에스디엔터넷의 '네이비필드'는 해상 전투라는 독특한 소재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거머줘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인기면에서는 신통지 않아 주위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2003년 - 게임 업계 평정한 리니지 2

 

넥슨, 웹젠, CCR, 그라비티 등 경쟁자들의 추격을 받던 엔씨소프트는 2003년 등장한 '리니지 2'로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다시 1위 업체가 된다.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성공을 거둔 리니지 2는 대한민국 게임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최초로 개발비 100억원을 넘어서 향후 펼쳐질 블록버스터 게임 시대를 예고했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던 미국과 일본 게임 회사들이 한국 게임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했다.

 

리니지 2와 함께 '메이플스토리','겟앰프드' 같은 캐주얼 게임도 인기를 얻어 게임 시장은 캐주얼과 하드코어 시장으로 양분되었다. 특히 리니지 2 같은 블록버스터 게임과 경쟁이 힘들다고 판단한 회사들은 비교적 개발비용이 적게 드는 캐주얼 게임에 몰려 수많은 동일 장르의 게임이 제작됐다.

 

한편 인터넷 사업을 펼치던 엔도어즈(당시 인티즌)는 거상의 개발자 김태곤 이사의 합류로 '군주'를 만들게 되고, 이후 인터넷 사업을 접고 게임 회사로 변신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한다. 

 

2004년 - 국민 게임 카트라이더

 

2004년은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게임이 쏟아졌지만 히트작도 풍부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는 그 해 '히트제품'으로 선정될 만큼 전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당시 카트라이더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어서 방송 3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전부 카트라이더를 소재를 이용하는가 하면, 10대와 20대층에서 카트라이더를 할 줄 모르면 왕따가 되는 시절이었다.

 

같은 해 등장한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프리스타일'과 엔트리브의 '팡야' 역시 인기를 모았다. 농구와 골프를 소재로 한 두 게임은 게임에 관심이 없던 스포츠 팬들을 모니터 앞에 불러 앉혔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은 팡야를 젊은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아이템으로 삼기도 했다. 

 

이 외에도 넥슨의 '마비노기'와 KRG소프트의 '열혈강호 온라인'처럼 가벼운 MMORPG가 사랑을 받았고, '카르마 온라인'을 통해 온라인 FPS 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했던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는 온라인 FPS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리니지 2 이후 가장 기대를 모았던 CCR의 'RF온라인'은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눌려 초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침몰했다. 이로 인해 국내 MMORPG가 대폭 위축되는 결과를 맞아 동일 장르의 게임개발이 갈수록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2005년 - 캐주얼 게임 전성 시대

 

카트라이더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성공은 당시 론칭된 게임 중 70% 이상이 동일 장르였을 만큼 캐주얼 게임 전성 시대를 몰고 왔다. 상대적으로 많은 돈과 시간이 들고, 게다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경쟁해야 하는 MMORPG 장르를 피하는 대신 보다 쉽게 만들 수 있고 대박만 나면 국민 게임으로 등극할 수도 있는 캐주얼 게임을 선택했던 것이다.

 

지금은 넥슨에 인수된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도 이 해에 등장했다. 캡콤의 인기작 '던전앤드래곤'과의 유사성이 논란이 되었지만 초중고 남학생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다. 과거 국내에서 참패했던 T3엔터테인먼트의 '오디션'은 미모의 여성들이 많이 즐기는 게임으로 알려지면서 젊은 남성들이 게임에 몰려 2005년 재기에 성공한다.

 

게임하이의 '서든어택'과 애니파크의 '마구마구' 역시 큰 인기를 누렸다. 서든어택은 스페셜포스로 인해 야기된 FPS 붐을, 마구마구는 당시 프로야구의 열기에 편승하여 두 게임 모두 트렌드를 잘 읽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되었다.

 

한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열풍 속에서도 YNK코리아의 '로한'이 국산 MMORPG로는 유일하게 큰 성공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한다. 로한의 성공은 당시 캐주얼 게임에만 올인하던 국내 게임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다시금 정통 MMORPG에 대한 수요를 깨닫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길드워'가 국내에서는 참패하면서 엔씨소프트의 연타석 홈런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2006년 - 블록버스터 빅3의 몰락

 

2006년 게임 업계에서 제일 유행했던 단어는 '빅3'와 '블록버스터'였다. 제작비 100억원을 넘기는 블록버스터 대작 게임 '제라', '그라나도 에스파다', '썬 온라인'의 경쟁 구도는 게임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결과는 세 작품 모두 참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빅3의 참패와 더불어 신규 게임 대부분이 인기를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월드컵 여파가 밀어닥치자 게임 업계는 큰 어려움에 처한다. 이 때 예상을 뒤엎고 정통 MMORPG를 표방한 NHN게임즈의 'R2'가 인기를 얻는다. 주변에서는 '리니지를 3D로 옮겨 놓은 게임'이라고 수근거렸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며 게임 업계를 놀라게 했다.

 

네오위즈와 EA가 공동 개발한 '피파 온라인'도 큰 인기를 누렸다. 유럽 프로리그에 대한 관심이 게임으로 이어져 스포츠 게임으로는 유일하게 동시접속자 20만명을 넘는 기염을 토했다.

 

한편 신규 게임들의 몰락은 기존 게임의 인기를 강화시켜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등의 '올드 게임'이 그 해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수를 갱신하는 일도 발생했다.

 

2007년 - 흥행작 없는 최악의 한 해

 

2006년 빅3의 참패와 신규 캐주얼 게임의 몰락은 다음 해인 2007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게임 업계로의 자금 유입이 경색되면서 많은 개발사들이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드덕의 '아바'가 온라인 FPS 게임에 새 지표를 제시하며 인기를 얻었다. 언리얼 엔진 3를 이용한 아바는 가볍기만 했던 국산 온라인 FPS 게임에 사실감을 더함으로써 대한민국 게임대상 수상의 영광까지 누렸다.

 

네오위즈의 '피파 온라인 2' 또한 전작의 인기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게이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인기에 비해 상업적 성공이 미진했던 전작과 달리 피파 온라인 2는 매출도 향상되어 네오위즈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이 외에도 위메이드의 '창천'과 CJ인터넷의 '쿵야 어드벤처'가 주목을 받았다.

 

한편 중국산 온라인 게임인 '완미세계'가 인기를 끌면서 그 동안 관심 밖이었던 중국 게임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 완미세계를 기점으로 국내에 중국산 게임들이 대거 진출하게 된다.

 

 

2008년 - 아이온으로 날개 핀 엔씨소프트

 

2008년에는 엔씨소프트의 대작 게임 '아이온'이 큰 인기를 누렸다. 순수 제작비만 270억원이 소요된 블록버스터 아이온은 제일 교포 음악가 양방언씨가 참여하여 주목 받기도 했다. 서비스 개시 5일만에 동시접속자 23만명을 기록한 아이온은 상업적 성공과 함께 그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영광까지 누려 '작품성'과 '흥행' 양면 모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온 외에도 '아틀란티카', '프리우스 온라인', '십이지천 2' 등 많은 MMORPG가 인기를 얻었고, 그 결과 지난 몇 년동안 캐주얼 게임에게 주도권을 빼았겼던 MMORPG가 다시 주목 받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국내 게임 업계는 다시금 MMORPG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한편 12월을 기점으로 국내 게임 업계의 연간 수출액이 전년대비 25% 이상 증가한 1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루나온라인, '크로스파이어', '실크로드', '라펠즈' 등 국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게임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2009년 - 전성기 맞은 웹게임, 주목받는 논타케팅

 

더파이브 인터렉티브의 '칠용전설'과 경향플러스의 '부족전쟁'은 국내에 웹게임 열풍을 몰고 왔다. 웹게임은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하지 않아도 인터넷 브라우저만 있으면 손쉽게 즐길 수 있다는 이점과 한 번 명령을 지정해 놓으면 자동으로 실행된다는 점 때문에 대형 게임 업체들마저 속속 웹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 이 열풍은 2010년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웹게임 못지 않게 논타케팅 게임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NHN게임즈의 'C9'은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하며 2009년 최고의 게임으로 등극했고,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 역시 패키지 게임의 로망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 외에도 2010년에 정식 서비스가 실시되는 아이덴티티게임즈의 '드래곤네스트'와 블루홀 스튜디오의 '테라' 역시 논타케팅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3D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도 증가, 누리엔 소프트웨어의 '누리엔', 넥슨의 '넥슨별', NHN의 'Z9별', 에이엔게임즈의 '필온라인' 등이 차례로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큰 인기는 얻지 못하고 있다.

 

 

 

출처 : 게임샷 (www.gameshot.net)